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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돈the리치 2023. 4. 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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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벚꽃들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한 듯 하염없이 떨어진다. 정말이지 벚꽃이 떨어진다고 바람을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주 남짓한 짧은 시간 벚꽃은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뽐내느라고 그 혹독한 한겨울을 이기고 1년 12달을 그렇게 기다린 건지도 모르겠다.

벚꽃이 화려하고 화사하기는 하지만 벚꽃처럼 살고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굵고 짧게 인생을 끝내는 벚꽃이 좋아 보이기도 하나 내 인생만큼은 소나무처럼 대나무처럼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것이다.

 

김승동 시인의 <벚꽃 지는 날에>는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눈물이 푸른 하늘에 글썽일 때가 있다"로 시작한다. 지금이 바로 딱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또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으로 벽을 세우는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물결은 늘 내 알량한 의지의 바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벽 아닌 벽을 자신도 모르게 많이 세우는 것 같다.

 

그 벽이라는 것이 완벽을 말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벽은 벽은 벽인데 벽인 아닌 벽이 되는 유리벽인 것이다.

자신은 유리벽이 투명해서 모든 게 잘 보이고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는 하나 그 유리벽이 투명 유리인지 불투명 유리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이 많은 것이다.

"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는데 과연 그 세상은 나는 없는 세상일까.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의문을 가진다는 자체가 화려하디 화려한 벚꽃잎이 떨어지는 걸 보니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는 화려하고 화사하지는 않더라도 파란만장하지 아니하고 굴곡 없는 인생을 저마다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눈부시게 하얀 꽃잎이 바람이든 비든 누구 때문인지도 모르게 떨어지는 것은 보고 인생무상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마지막 벚꽃의 발자취를 찾아 요천 벚꽃길을 다시 한 번 걸어가고 싶다.

 


 

벚꽃 지는 날에

김승동

 

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눈물이

푸른 하늘에 글썽일 때가 있다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으로 벽을 세우는 만큼이나

무의미하고

물결은 늘 내 알량한 의지의 바깥으로만

흘러간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세상이 너무 커서

세상 밖에서 살 때가 있다

 

그래도 기차표를 사듯 날마다

손을 내밀고 거스름돈을 받고

계산을 하고 살아가지만

오늘도 저 큰 세상 안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나는 없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마저도 떠나

텅 빈 오늘

짧은 속눈썹에 어리는 물기는

아마 저 벚나무 아래 쏟아지는

눈부시게 하얀 꽃잎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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