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부자☆ 꿈은 계속된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본문

시시콜콜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돈the리치 2023. 5. 12. 06:54
728x90

접시꽃은 역사가 오래된 꽃으로 우리나라 전국에서 6월에서 9월 전후까지 피며 자란다고 한다.

꽃의 색깔은 진분홍과 흰색 그리고 중간색으로 나타나고, 꽃잎은 홑꽃과 겹꽃이 있지만 홑꽃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무궁화꽃과 비슷한 모양이고,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며 꽃잎은 5개가 나선상으로 붙는다고 한다.

꽃말은 단순, 편안, 다산, 풍요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접시꽃 당신> 하면 도종환 시인이 생각이 난다.

결혼 2년만에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영원히 떠나버린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시다.

1986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벌써 37년이 된 우리나라 사랑시의 영원한 고전 중의 하나라고 볼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쌍팔년(1988년) 영화로 나오기도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담쟁이>, <흔들리며 피는 꽃>과 함께 도종환 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3대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참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이 인생이 영원하지 않으며 짧다는 것은 인식하며 소중하게 보내는 일이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등바등, 옥신각신 등을 하며 허투루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런 것을 아파해 하지도 않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정말이지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죽고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산 것이고 저녁에 눈은 감고 잠을 자면 죽은(?) 것이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어찌보면 비합리적 이기주의자, 합리적 개인주의자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우선하고 그게 제대로 된다면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도 신경을 쓰며 살고 싶다.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이 구절에서는 자신이 없다. 어찌보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같다. 성한 몸뚱아리 어느 부분이라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아직은 장기 기증 등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안 된 상태이다.

아무튼 세상도 인생도 사람도 정답은 없고 모범답안이 있을 뿐이다. 그 모범답안마저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 등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건강하고 행복한 부자의 꿈을 잃지 않으며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 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어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 것 없는 눈 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