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시 이해인

12월의 시

이해인

​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것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12월은

늘 후회와 미련이 남는 달이다.

​

새해의 계획은 온데간데 없이

뭐 하나 건질 것이 없이 사라지고

겨울은 다가오는데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던 것 같은데

딱히 잘한 걸 내놓으라면 내 놓을 게 없다.

​

© thebeardbe, 출처 Unsplash

​

이해인 수녀님의

<12월의 시>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

그래도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싶다.

​

© 3803658, 출처 Pixabay

​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내가

밉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 주랴

그냥 평가와 반성은 하되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 boxedwater, 출처 Unsplash